픽셀화된 빛 속으로 걸어 나오는 Pishu

https://debasermagazine.com/music/pishu-steps-out-into-the-pixelated-light

2025년 6월 27일
작성자: Sam Dougherty (@samtdougherty)

피아노 슈게이저(Piano Shoegazer)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프로듀서 Pishu(피슈)는 새 EP Birds, Promises, Moonlights의 발매와 함께 음악적 정체성을 새롭게 탈바꿈했다. 복고풍 게임 사운드와 혁신적인 프로덕션 기법을 섞어낸 그는, 인디 음악 장르 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했고, 지금까지 200명이 넘는 음악가 지망생들을 멘토링해왔다.

그는 집보다 스튜디오에서 약 4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봄날 오후, 그의 작업실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밖에 잘 안 나가요,”라며 웃었다.

7살 때부터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익힌 그는, 어릴 적 리듬 게임 음악을 만들며 프로덕션 기술을 익혔고, 이후 존경하는 곡들을 정교하게 재현하며 기술을 연마해왔다. 그 능력은 곧 완벽한 커버곡을 만들어 Shazam조차 원곡으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까지 발전했다.
“다른 음악가들의 사운드를 따라 만들면서 사람들을 모았어요. ‘너가 원하는 사운드 내가 똑같이 만들어줄게, 우리 스튜디오 와서 작업 방식 배워봐’ 하고요.”

믹싱과 프로덕션에서는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라고 칭하는 피슈는, Nokenok, 한정인, 장명선, 김반월키 등 다양한 혁신적 음악가들과 협업해왔다.
“작년 제 모토는 ‘나는 음악가를 돕는다’였어요. 한국 음악 교육은 대부분 K팝이나 클래식, 메인스트림 팝 중심이라, 그 이외의 장르에 대한 교육의 수요를 느꼈어요.”

피슈 자신의 음악은 특정 장르로 분류하기 어려우나, 일관되게 인상적이다. 초기 사운드클라우드 업로드는 1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로우파이 피아노 즉흥곡부터 정교하게 프로듀싱된 Ghostly Love까지 다양하다. 이 곡은 현재 300만 회 이상의 재생수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그는 이 곡의 ‘예쁜 사운드’에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이러한 ‘펑크 vs 예쁨’이라는 긴장은 특정 장르에 안착하지 않는 그의 정체성을 설명해준다. 그의 카탈로그에서는 앰비언트, 재즈, 클래식, 슈게이즈, IDM 등 다양한 요소들이 혼합되어 나타난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영감을 찾던 피슈는 신작 발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제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전혀 없었어요. 상황이 너무 힘들었고, 번역 일을 하다 손목까지 다쳤어요. 경제적으로도 너무 어려웠고요.”
결국 그는 그 일을 그만두고, 레슨을 시작하며 음악가들과 교류하기 시작했다.
“친구 키라라(KIRARA)가 저한테 ‘일주일 정도는 모든 걸 멈추고, 스튜디오에 틀어박혀서 음악만 해봐’라고 조언했어요. 그 조언을 따랐고, 세 곡을 만들면서 앨범을 시작하게 됐죠.”

이 프로젝트는 그의 첫 앨범인 Sisyphus Happy가 되었고, 2023년 Piano Shoegazer라는 이름으로 발매되었다.
“시지프는 곡 만들고, 돈 벌고, 가르치고, 사람 만나고… 그런 저의 순환을 상징했어요.”
이 앨범은 ‘피아노 슈게이저’라는 이름답게 몰입감 있는 사운드 레이어와 섬세한 피아노 선율이 조화를 이루며 청자를 감정의 흐름 속으로 이끈다.

2024년에는 Ghostly Love Stories를 발표했는데, 피슈는 이 프로젝트를 정식 앨범으로 보지 않으며, 농담삼아 “나의 원 웨인 지(One Wayne G)”라고 부른다. 이는 Mac DeMarco가 200개의 데모를 발표한 프로젝트를 가리킨다. 이 24곡은 슈게이즈 시절의 넓은 스펙트럼을 다루며, Sisyphus Happy보다 더 부드러운 감정선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섬세한 믹싱보다 DIY 정신을 택했다.
“사운드클라우드 버전이 더 진짜 같았어요. 음질보다 기억이 더 중요하더라고요.”

이제 그의 최신 프로젝트로 돌아오자. 새 EP 제목은 Birds, Promises, Moonlights.
그 제목 자체가 그의 변화된 마음가짐을 보여준다.
“원래 제목은 Birds, Promises, Modulators였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아 제발 너드처럼 굴지 말자’ 하고 바꿨어요. 이제는 예술가로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이런 명료함을 향한 태도는, 아마도 성숙함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Birds, Promises, Moonlights는 음악적으로 복잡하면서도 이전보다 밝고 평온한 정서를 품고 있으며, 이 변화는 이름 변경을 정당화한다.
“슈게이즈와 펑크 문화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슈게이징하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이름을 바꿨어요.”

이번 앨범의 영감은 “90~2000년대 게임 문화”이며, 밴드 사운드도 더 이상 디스토션 중심이 아니다. 요즘 그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더 선호한다.
그중에서도 젤다의 전설 시리즈가 가장 큰 영향을 주었고, 그 시대에 대한 모두의 향수를 그는 인식하고 있었다.
“그 시절을 다들 그리워해요. 20대든 30대든 40대든 50대든, 모두가요. 그게 참 신기해요.”

그는 실제 게임 음악 제작 장비를 철저히 연구했고, 한국의 옛 노래방 기기나 80년대 Prince, Michael Jackson 등이 사용한 DX7 신디사이저도 포함되었다.
“처음엔 플레이스테이션 실기기로 음반을 녹음해볼까도 생각해봤는데, 어느 순간 ‘그만하자, 음악은 음악이지’ 싶었어요. 기술적인 집착은 내려놨어요.”

그는 Rei Harakami라는 IDM 아티스트의 곡을 모사하며 기술을 다듬었다. Harakami는 사운드 캔버스 하나만으로 음악을 만든 인물로, 디지털 소리를 실제 악기처럼 들리게 만들었다.
“낯선 기기 하나만으로 곡을 만들면, 오히려 스튜디오의 모든 장비를 사용할 때보다 더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올 때가 있어요.”

오프닝 트랙 ppqq는 새로운 출발을 상징하는 밝은 신스 라인을 담고 있다. 이 곡은 과거 Piano Shoegazer 시절의 의도적인 회피와는 달리 선명하고 다채로운 색감을 드러낸다. 앨범 커버에는 육각형 세계와, 육지로 향하는 귀여운 오리 캐릭터 “덕슈(Duckshu)”가 등장한다.

“이 앨범은 게임 음악으로 구성된 코스 요리 같아요. 네 개의 스테이지가 있는 게임이고, 마지막 곡이 보스전이에요.”
그 네 번째 트랙 how to save a bird는 빠른 템포로, 소닉 더 헤지혹이 링을 쫓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보스전을 지나면 디저트처럼 이어지는 3곡의 라이브 실황 트랙은 3월에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다.

“이전에는, ‘이 앨범 못 내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하지만 이번엔 ‘이 요소들이 좋아서 해본다’는 느낌이었죠.”
그의 말처럼, 이번 사운드에는 자유로운 실험과 즐거움이 깃들어 있으며, 라이브 환경에서도 강한 생명력을 발휘한다.

피슈는 앞으로 서울에서 여러 공연을 앞두고 있으며, 그 중 하나는 벨로소(홍대)에서 열리는 어쿠스틱 공연으로, 친구와 함께 첼로 공연을 준비 중이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그이기에, 공연 장소도 다채롭다.

새 이름과 새 앨범을 맞이하며, 그는 새 스튜디오로의 이사도 앞두고 있다. 스튜디오 이름은 “Penguin Without Ice (얼음 없는 펭귄)“.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가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나는 그것들이 정제된 사운드와 거친 진실성 사이 어디쯤 위치할지 궁금하다.
“팝 문화와 인디 문화 양쪽 모두에게 거절당한 경험이 너무 외로웠어요. 그래서 ‘예쁜 음악’을 만드는 걸 스스로 거부했었죠. 그런데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음악은 아름다워요. 아름답게 만드는 건, 아름다워요.”
그의 말처럼, 어쩌면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야말로 이 정교한 작곡 세계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표현일 것이다.